헌법재판소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된 정당 설립을 금지한 정당법 제4조·제17조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은 ‘합헌’,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이 다수였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 6명에 1명이 모자라 합헌 결정이 났다.
이 헌법소원은 직접행동영등포당·과천시민정치당·은평민들레당·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등록을 거절당하자 낸 것이다.
심판대상 조항인 정당법은 ‘정당은 수도 소재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하며,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으로 등록할 수 없다. 특정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거나 페미니즘 등을 기치로 내거는 소수 정당은 정당법상 정당으로 등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날 위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5명은 유남석 헌재소장과 문형배·정정미·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이다. 유 소장과 문형배·정정미 재판관은 이 조항이 군소정당, 신생정당에 높은 장벽을 세워 민주주의를 막을 위험이 있다며 위헌이라고 봤다. 이들은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배제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영·이미선 재판관도 별개의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라는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헌법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정당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유 소장과 서 유 소장과 이미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이른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이다. 이들은 “전국정당 조항은 정당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의 구성과 조직을 갖춰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 있게 집약·결집해 국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 정당에 부여된 기능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의 참여’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시·도당의 최소 당원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한 정당법 18조에 대해서는 재판관 7대 2로 합헌 결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