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직장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지난 19일 쿠팡 물류센터 현장 관리자 A씨가 징계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A씨가 직원 B씨에게 ‘직원 괴롭힘’을 가했다는 중노위 재심 판단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초 직장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 B씨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B씨는 2021년 초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온라인 밴드 커뮤니티 모임(쿠키런)을 해왔다. 실제로 그해 6월 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 물류센터 지회가 설립됐다.
그런데 그해 2월 상사인 A씨가 B씨에게 “왜 다른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네이버)밴드에서 봤는데 쿠키런 활동을 하고 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B씨가 “관리자 선에서 회사에 과도한 충성심에 모니터링하는 것인가”라고 글을 올리자 A씨는 B씨에게 “왜 관리자 전체를 욕하는 표현을 쓰나. 나와 관한 글을 쓰려면 내 이름 석 자를 써서 올리고 안 쓸 거면 쓰지 말라”고 했다.
B씨는 그해 5월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쿠키런 밴드 가입과 관한 조롱과 협박, 업무 배제, 사실관계서 작성을 요구받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북부지청은 B씨 주장을 받아들여 받아들여 “A씨의 노조 관련 업무 질책은 직장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쿠팡측에 A씨 징계를 요구했다.
그에 따라 회사는 A씨에게 서면 경고로 징계하고, 두 사람이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하는 조치를 했다. 이 사건은 쿠팡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첫 사례로 꼽혔다.
그러자 A씨가 서면경고와 분리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방 노동위와 중앙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A씨는 소송을 냈다. “B씨의 근무태만에 대해 직장 내 질서 유지 차원에서 말한 것이고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의 발언은 일회적이며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고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발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76조의 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
법원은 “B씨 동료들이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B씨의 불성실한 업무처리로 동료 직원들 사이에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현장관리자로서 근무질서 유지 차원에서 B씨 근무태도에 대해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A씨가 노조 설립을 위해 구성한 ‘쿠키런’ 관련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B씨에게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라는 것으로 A씨가 사용자 측 입장을 대변해 노조 설립을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또한 “A씨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분리조치도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뤄진 실질적 불이익 조치로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