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을 분리 재판하기로 결정한 지난 13일 이 대표의 변호인과 검찰은 ‘재판 부담’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의 변호인이 “위증 교사를 별도 진행하면 재판을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자, 검찰이 “새로 추가된 기록은 증인 김진성씨와 KBS PD의 진술뿐”이라고 한 것이다. 법원은 “(위증 교사를 분리 재판하더라도) 변호인에게 부담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에 제출한 위증 교사 수사 기록은 6권이라고 한다. 한 권이 500쪽 안팎이기 때문에 총 3000쪽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이 대표가 기소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수사 기록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또 위증 교사 수사 기록의 대부분은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12월 경기지사 선거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받을 당시 이미 제공받은 자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백궁 파크뷰 특혜 의혹’을 최모 KBS PD와 함께 취재하면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했다가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그 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했다가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증인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고 실제로 김씨가 위증했다는 혐의로 두 사람이 이번에 추가 기소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법정에서 “이 대표 위증 교사 사건에 선임된 변호인 두 분은 과거 선거법 재판도 담당했고 당시 재판 기록과 이번 위증 교사 기록이 거의 다 중복된다”면서 “새롭게 추가된 기록은 증인 김진성씨와 KBS PD를 몇 번 조사하면서 받은 진술이 전부”라고 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변호인 3명 중 2명은 과거 선거법 재판에 참여했다. 이에 중앙지법 형사33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도 “위증 교사 수사 기록이 6권이면 변호인이 한 달 정도면 검토를 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 교사는 유무죄 판단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없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증인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로 자신이 원하는 거짓 증언 내용을 말해주면서 위증을 요구한 통화 내용이 나온 녹취록이 물증으로 확보돼 있다. 증인 김씨는 이 대표의 요청대로 위증했다고 검찰 수사에서 자백한 상태다. 이 대표와 김씨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했던 전형수 전 경기도청 비서실장은 지난 3월 사망했다. 또 KBS PD 최씨는 지난 대선 당시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이 대표가 검사 사칭으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판결문 내용이 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법조인은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은 검사 사칭과 이에 대한 거짓 증언 요구라는 두 범행이 연결된 것인데 각각의 공범인 KBS PD와 증인 김씨가 모두 이 대표의 혐의가 사실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내년 4월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와야 정상적인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내년 2월로 예정된 법관 정기 인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지법 형사33부 재판장은 인사 대상이 아니지만 배석 판사 2명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재판부가 변경되면 변호인의 요구로 앞서 진행된 재판 내용 녹음을 법정에서 재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