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2일 마약류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서, 마약류 밀반입 단속을 위해 3초 만에 전신을 스캔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를 내년까지 전국 공항과 항만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장비가 마약 밀반입자 색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것일까.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는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형(門形) 금속 탐지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금속뿐 아니라 비금속, 액체류, 가루까지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파장의 길이가 1~10밀리미터(㎜) 정도로 짧은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를 쏴서 반사되는 것을 탐지하는 원리다. 옷 속에 숨겨진 1g 정도 되는 소량의 가루도 3초 만에 찾아낼 수 있다.
정부는 그간 공항 등을 통해 밀반입되는 마약을 찾기 위해 엑스레이 방식의 ‘보디 스캐너’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엑스레이를 이용할 경우 마약류뿐 아니라 뼈를 비롯한 신체 내부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정부는 개인 정보 이용 동의를 받고 엑스레이 검색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본인 동의가 전제되기 때문에 엑스레이 검색기는 사용에 제한이 많았다”고 했다.
밀리미터파 검색기는 엑스레이 방식과 달리 신체는 찍지 않고 마약이나 위험물 등을 찾아내면 해당 부분을 다른 색깔로 표시한다. 엑스레이와 달리 사생활 침해 논란이 없어 개인 동의 없이도 불특정 다수를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는 게 관세청 설명이다.
밀리미터파 검색기는 현재 인천공항에서만 3대를 운영 중이다. 2021년 처음 1대를 도입했고, 작년에 2대를 추가로 들여왔다. 정부는 내년 전국 공항·항만에 이 검색기 13대를 추가로 설치해 태국 등 마약 우범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입국 심사 전 전수 검사를 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에 3대를 추가하고, 김포·김해·대구·무안·제주·청주공항에 1대씩 6대를 설치한다. 또 평택항 2대, 인천·군산항 1대씩 4대가 추가된다. 독일산으로 대당 가격은 약 4억원에 달한다. 관세청은 검색기 도입 예산 52억원을 추가로 편성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마약 우범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에게는 사실상 입국 절차가 추가돼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