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뉴스1·연합뉴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1심 재판부는 29일 송철호·황운하·백원우씨 등 핵심 피고인의 선거 개입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검찰은 2019년 11월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해 2020년 1월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 사건은 수사·기소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1월 울산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는데, 두 달 뒤인 2020년 1월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수사팀은 기소 전날 세 차례 ‘불구속 기소’ 방침을 보고했지만 이 전 지검장은 결재를 보류하고 퇴근했다. 결국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지휘부와 중앙지검 수사팀 등을 불러 회의한 뒤 기소를 결정했다.

이후 수사팀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도 진행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근수 중앙지검 2차장을 안양지청장으로 발령 냈다. 함께 수사와 재판을 담당했던 김태은 부장, 오종렬 부부장 검사 등은 대구지검과 광주지검 등으로 보냈다. 문재인 정권에 부담을 준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한 것이다. 재판에 들어가던 검사들이 지방으로 좌천되면서 공소 유지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3년 10개월이 걸린 울산 사건의 1심 재판은 “재판 지연의 결정판”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김미리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 재판장을 맡겼다. 김 부장판사는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공판 준비 기일만 여섯 차례 진행하는 데 15개월이 걸렸다. 그가 있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본 재판은 시작도 못 했다. 한 법조인은 “김 부장판사는 증거 조사 절차 등과 관련한 피고인들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 들어줬다”고 했다.

법원 정기 인사로 다른 판사들이 재판부에 부임해 첫 공판 일정이 정해지자 김 부장판사는 2021년 4월 갑자기 질병을 이유로 휴직했다. 그 빈자리에 다른 부장판사가 배치되면서 본 재판은 16개월 만에 시작됐다. 작년 2월에는 이 재판부의 다른 부장판사가 건강상 문제로 휴직해 재판부 구성이 또 달라졌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검찰’은 수사·기소를 지연시키고 ‘김명수 법원’은 재판을 늦췄다”며 “’지체된 정의’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란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