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의 첫 단추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진술이었다. 작년 10월 유동규씨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사건 수사팀에 자신이 김용씨에게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김씨에게 1억9000만원의 뇌물을 줬다는 진술도 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30일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유씨의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1년이 넘는 시간이 경과했고, 뇌물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이후에 진술하고 있으므로 모든 세밀한 사정까지 정확하고 세세하게 기억하여 진술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유씨의 인간됨이나 (구속 등)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려는 의도 등을 이유로 신빙성을 일괄해 배척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 변호인단은 “검찰의 회유로 유씨가 말을 바꿨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씨가 김씨에게 대선 경선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전달한 부분을 유죄로 보면서 “일부 일시(日時) 등에 부정확한 진술이 있기는 했지만 1년 이상 지난 일에 관해 기억을 더듬어 진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자금 전달 당시 감각적 경험에 대해 세밀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유씨에게 뇌물 7000만원을 받은 부분도 유죄로 판단하면서 유씨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의 다른 뇌물 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유씨의 진술이 불명확해 신빙성이 낮다”고도 했다.
한편, 유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진상씨 등의 재판에서도 핵심 증인이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 대해 보고를 받는 정황을 증언했고, 자신이 정씨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했다. 한 법조인은 “대장동 관련 사건들은 사실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오늘 재판에서 유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으로써 다른 재판부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