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여중생을 임신시켜 출산하게 한 40대 기획사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논란에 대해 “법리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지난 2011년 42세 기획사 대표 조모씨가 자신보다 27살 어린 피해자를 임신시켜 강간죄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9년형을 받았지만, 2014년 11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는 조씨가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는 동안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계속 보냈고, 평소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서도 애정표현을 자주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고법도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자,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다. 조희대 후보자는 대법관 시절인 2017년 11월 9일, 이 사건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아 조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5일 청문회에서 “이걸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며 “15세 여중생과 연인 관계라는 연예기획사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랑’을 인정한 판결에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정신까지 지배하는 ‘그루밍(길들이기) 범죄’는 법이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사건이 올라와 무죄로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속력(羈束力·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 법리에 따른 것일 뿐 이 사건 자체의 당부(當否)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선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 재상고됐을 경우, 상황을 뒤집을 만한 추가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기존 상고심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전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조 후보자에게 “국가가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와 여중생이 사랑한다고 인정해서 무죄 판결을 해 준 이후에 어떻게 됐는 줄 아느냐”라며 “그 대표가 피해 여중생에게 무고로 민형사상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사랑한다는 판결은 제 이전에 대법원에서 이미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고, (재상고심을 맡은) 제가 한 판단이 아니다. 제가 한 판결은 사실에 대한 판단은 전혀 없다”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제가 판결을 뒤집으려면 법을 어겨야한다”라며 “국회가 만든 법에서 기속력이라는 것을 인정을 해서 그런 판단을 못 뒤집게 법이 마련되어있다”고 했다.

전 의원이 “법리에 따랐다는 말을 반복하실 게 아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할 수 있게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하자, 조 후보자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