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완구회사 레고(LEGO)가 해당 명칭을 회사 이름에 넣은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낸 상표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레고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어 상표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덴마크 완구기업 레고(LEGO Juris A/S)가 주식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등록 무효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인 레고켐바이오는 의약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2015년 11월 ‘레고켐파마(LEGOCHEMPHARMA)’라는 이름의 상표를 출원했다. 그러자 레고가 이 상표가 자신들의 ‘레고’ 상표와 유사하다며 이의신청을 하면서 상표 등록이 거절됐다. 이에 레고캠바이오는 불복신청을 냈고, 특허심판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018년 9월 상표 등록이 이뤄졌다. 레고는 결국 “상표권이 침해됐으니 레고캠파마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며 2020년 3월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은 레고의 신청을 받아들여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레고캠바이오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우선 레고켐파마의 명칭 중 핵심적인 부분은 ‘레고’ 부분이라고 봤다. ‘켐(CHEM)’과 ‘파마(PHARMA)’는 화학과 약학 분야를 뜻하는 이름일 뿐 별다른 식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상표법에는 ‘타인의 상품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법원은 레고의 높은 인지도와 강한 식별력을 가진 상표가 레고켐파마 상표와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레고켐바이오)가 선사용상표들(레고)과 연상 작용을 의도해 이 사건 등록상표(레고켐파마)를 출원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저명 상표인 선사용 상표들이 가지는 식별력, 즉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레고켐파마라는 명칭이 완구회사 레고와는 무관하며, 블록 조립과 유사한 화학 물질 합성법을 뜻하는 ‘레고 케미스트리’라는 학술 용어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등록된 상표가 상표법상 ‘타인의 저명한 상표가 가지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해 그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본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