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내년 초 정기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제도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했는데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를 폐지 수준으로 전면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21일 법원 내부 공지를 통해 “2024년 법관 정기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시행하지 않고 훌륭한 인품, 재판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법원장으로 보임할 예정”이라며 “당장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원활하게 시행하기에는 남은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후보 추천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장을 임명한다. 내년 초 지방법원장 인사가 예정된 곳은 서울행정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등 최소 7곳이다. 다른 법원장이 겸임하고 있는 부산회생법원 등도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면 이 중에서 대법원장이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2019년 2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뒤 지방법원 20곳으로 확대했다. 또 과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지방법원장을 임명했는데 김 전 대법원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만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맞물려 진행됐다. 한 부장판사는 “후보 추천제로 법원장이 된 사람은 자신을 뽑아준 후배들 눈치를 보느라 ‘제때 재판하라’고 하지 못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을 열심히 할 의욕을 잃으면서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됐다”고 했다.
김 처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는 법원 안팎에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법원장 인사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면서 “시행 경험을 차분히 돌아보고 면밀한 성과 분석과 법원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법원장 보임의 원칙과 절차를 계속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년 초 인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방법원장에 임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회생법원의 법원장은 지방법원 부장 중에서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