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종권씨 상해치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전남대 총학생회 섭외부장이던 K씨도 범인 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K씨는 전남대 총학생회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난 뒤 살인, 강도, 성폭행 등을 잇따라 저질러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K씨는 호프집 여주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 8월 광주의 한 호프집에 들어가 여주인 A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5만2000원을 빼앗았다. 그러다가 A씨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고 신고할 것이 두려워 목을 졸라 질식시킨 후 주방에 있는 칼로 목을 여러 번 찔러 살해했다. 이틀 뒤 광주의 다른 호프집에서도 여주인이 ‘어디서 본 얼굴’이라고 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는데 여주인이 도망가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K씨는 그해 9월 경기도 수원의 한 호프집에서도 술값을 결제하는 척하면서 여주인의 목을 조르고 머리를 때려 성폭행하려 했는데, 여주인이 “강도야, 사람 살려”라며 도망갔다고 한다. 같은 달 평택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도 여주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위협해 돈 5만원을 빼앗고 성폭행했다.

K씨는 이런 방식으로 약 3개월간 20여 회에 걸쳐 살인, 강도 및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들 모두 K씨와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무고한 여성들인데 K씨의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잔혹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K씨가 학생운동을 하다가 제적된 후 생계를 유지하려고 공장에 취업해 일하던 중 손가락이 절단됐고, 이로 인해 방황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해 사형 선고는 하지 않았다.

2심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에 대한 범행은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고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목을 찔러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극히 잔혹하고 결과도 중하다”고 했다. 다만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K씨가 전남대에 입학해 성실히 생활하던 중 학내 시위와 관련해 구속되면서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해 제적됐고, 이후 공장에 취업했다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으며 2심에서 A씨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