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재명(사진 왼쪽) 당시 경기도지사와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경기도를 방문한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원회 부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리 부위원장은 당시 경기도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오자마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운 것은, 그간 수사 결과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북한에 800만달러를 대납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 당시 경기도의 대북 사업 관련 문건, 경기도 공무원 및 쌍방울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가 이 사건의 공범임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마무리돼 있다. 추가 조사 없이 조만간 기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방북 초청해 달라” 직인 찍힌 공문 4차례 발송

이 대표는 경기지사이던 2019~2020년 김 전 회장에게 “대북 사업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북한 측에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달러와 자신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주게 만든 제3자 뇌물 혐의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취임 이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평화부지사’를 만들어 이화영씨를 임명하고, 대북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차기 대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2018년 9월 문재인 정부 때 열린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제외된 것도 방북을 추진하게 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2019년 5월부터 6개월간 ‘태풍 피해 복구 협력 등을 위한 경기도 대표단 초청 요청’ ‘민족 협력 사업 협의와 우호 증진을 위한 경기도 대표단 초청 요청’ 등 경기지사 직인이 찍힌 공문이 4차례 북한에 발송된 사실도 파악했다. 그해 6월 북한 측이 “쌀 10만t(2000억원 상당)을 보내주면 7월 중 방북이 가능하겠다”고 하자, 곧바로 ‘쌀 지원 약속’을 담아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재명이 보고받고 승인했는지 입증해야

검찰이 이 대표 혐의를 입증하려면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 대표는 작년 9월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씨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폭 출신 부패 기업가인 김성태를 전혀 모른다”고도 했다. 이씨의 1심 판결 직전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며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2018년 12월 이씨가 김 전 회장에게 “500만달러가 아니라 5000만달러라도 베팅하라. 이 지사가 잘되면 쌍방울을 생각해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씨가 쌍방울과 북한 측의 협약식에 참석하려고 낸 출장 계획서, 귀국 후 김 전 회장의 사진까지 첨부돼 있는 국외 출장 결과 보고서 등도 증거로 확보했다.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가 대북 송금을 몰랐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도 검찰에서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작년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이씨가 이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대북 사업 경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19년 7월 이씨에게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하고 있어 지사님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했고, 같은 해 1월 쌍방울이 중국에서 북한과 협약을 맺을 때 김 전 회장에게 전화로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는 진술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재명을) 대통령 만들어야 할 거 아니야”라고 외치는 동영상도 확보했다.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추가

검찰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협력 사업을 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추진한 대북 사업은 모두 경기도가 주도한 사업이어서 그 결정권자인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화영씨에게 유죄가 선고된 800만달러 밀반출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이 대표에게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