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방위산업 중개 기업 블렌하임이 우리 정부 등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약 6900억원대 손해배상 사건에서 우리 정부 측이 승소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미국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각) 블렌하임의 상고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야간 출격을 위해 지상에서 이동하고 있는 F-35A 편대./공군

20일 법무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블렌하임은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연방법원에 대한민국, 록히드마틴 등을 상대로 5억달러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F-35 전투기를 도입할 당시 군사위성을 함께 도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위성 도입은 핵심 전략자산으로 취급되는 F-35를 도입하는 데 따른 것으로, 전체 도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블렌하임 측은 이 거래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F-35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군사위성 제조사인 에어버스가 자사를 배제해 손실을 끼쳤다며 2021년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과정에서 계약상 권리를 인정받아 수익을 벌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를 포함한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이 대외군사판매(FMS)로서, 단순한 상업적 거래가 아닌 ‘국가 간 거래’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미국 법원의 관할에서 이뤄진 거래가 아니라, 국가끼리 맺은 계약이어서 주권면제 대상이라는 취지다. 특히 지난 5월 15일에는 미국 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본건은 상업적 거래가 아닌 주권면제 대상에 해당해 관할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법무부

법무부와 방사청은 “약 9개월간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국 기업의 부당한 주장에 대응해 긴밀히 협업했다”며 “앞으로도 방위산업 관련 국제소송에서 국민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F-35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우리 공군은 지난 2018년 3월 F-35A 1호기 출고를 시작으로 총 39대를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