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구속된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혐의 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에 불거졌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와 같이 대량 매도 후 주가 급락과 같이 흔히 알려진 시세조종 형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을 위해 혹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매수하는 행위도 ‘시세 조종’에 해당하느냐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3일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 하락 또는 고정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조항은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이다. ‘누구든지 상장증권 등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과 카카오 관계자들이 하이브의 SM 주식 매입을 방해하기 위해 장내에서 의도적으로 SM주가를 띄웠고, 이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의 한 형태인 ‘시세 고정 목적의 거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카카오는 작년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장내 매수’했다. 이 기간은 하이브가 SM주식 1주를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장외거래)기간이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지분 취득을 방해하기 위해 장내에서 SM주식을 의도적으로 고가에 매수해 SM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부양했다는 것이다. 장내 시세가 하이브의 장외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다면 SM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나 개인들은 장외에서 하이브에게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SM의 장내 시세는 13만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처럼 특정 기업의 인수를 두고 두 회사가 경쟁하고, 한 회사가 장외 매수가를 제시한 상황에서 다른 회사가 장내매수를 하면 시세조종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자본시장법은 경쟁사의 장내매수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가격에 따른 매수가 아니라 상대방의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장내 매수를 한다면 시세조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김 위원장과 카카오 관계자들에게 하이브의 인수를 방해할 ‘목적’과 시세조종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려는 게 비상식적이고, 카카오 관계자들의 메신저 대화로 시세조종의 ‘의도’가 입증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에 앞서 작년 말 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대표 등 카카오 임원들의 공소사실 중에는 ‘시세조종에 걸리지 않게’ ‘가격을 올려도 상관 없는데 시세조종 이슈만 안 걸리면 되니’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SM의 대주주가 되는 이익을 얻었고 이 모든 과정이 김 위원장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측은 ‘경쟁적 인수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지분 매입’이라는 입장이다. 배재현 대표 법률대리인은 재판에서 “카카오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인수를 추진한 게 아니다”며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 사업 장점이 지식재산권 보유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면 K팝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업적 판단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만 했고, 혐의 입증 정도 및 범죄의 중대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구속에 있어 양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신병을 확보하는 절차일 뿐이고, 최종 유무죄와 양형은 앞으로 재판에서 가려져야 하기 때문에 ‘의도’와 ‘목적’은 계속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 대부분의 형사 사건에서 ‘의도’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간접적인 정황이나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