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새벽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공보판사를 통해 ‘피의자 김범수, 구속영장 발부.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라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만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시절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준 혐의를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도 ‘도주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이 회장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높아 한 부장판사는 당시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별도로 구속 사유를 알렸지만, ‘도주 우려’를 놓고는 상당 기간 논란이 있었다.

이번 김 위원장의 구속 사유도 그렇다. 연 매출 8조원이 넘고, 1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총수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 김 위원장 정도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 알려진 인물인데 선뜻 납득이 어렵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밝히지 않아서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를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제한하고 있다. 이 세 가지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라고 돼 있다. 법조계에선 “대기업 총수 사건은 대부분 중대한 범죄(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범죄)인데, 혐의를 부인하면 도주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이 볼 때는 ‘판사 마음대로’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구속 여부도 판사마다 다르고, 밝히는 사유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구속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황재복 SPC 대표,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은 구속 사유가 ‘증거 인멸 우려’뿐이었고,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은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꼭 구속해야겠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