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復權)이후 민주당 내 이재명 전 대표의 일극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과거 김 전 지사의 ‘댓글 조작’ 판결문에 따르면 공범으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이 전 대표 등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당내 경쟁자로 보고 그에 대한 정보보고를 꾸준히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 전 지사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김씨가 개발한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일명 킹크랩)시연을 참관하고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네이버는 당시 정치기사의 경우에도 공감을 많이 받는 순으로 댓글을 상단에 노출시켰는데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허위의 공감 클릭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순위를 조작한 것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12월~2018년 2월 총 2325개의 네이버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 118만여개에 총 8833만여회의 공감·비공감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지사는 이로 인해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문재인 치매설 손가혁이 유포’ 확인되지 않은 정보보고도
이처럼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것 외에 드루킹은 김 전 지사에게 온라인 여론의 동향을 파악한 ‘온라인 정보보고’를 꾸준히 해 왔다. 여기에는 특히 문재인 후보의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2016년 11월 25일자 정보보고에는 “온라인상에서 안철수를 띄우던 ‘세력’ 들이 사라짐, 이후 현재까지 안철수 지지 댓글은 현저하게 줄었음. 11월 2주차부터 지지자들의 온라인 댓글이 문재인에게 더욱 공격적으로 변화, 이재명의 오프라인 조직은 약 500명 가량으로 보여지고 연령대는 주로 50대라고 함’ 등의 내용이 있었다.
2017년 2월 20일자에는 ‘이재명 쪽은 최근 댓글전문 알바를 고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화력이 상승했습니다’는 내용이 있었다. 2017년 3월 13일자에는 ‘문재인 치매설을 퍼트리는 건 이재명 지지자들인 손가혁(손가락혁명군)으로 로그인이 필요 없는 주식갤러리(일명 주갤)에 글을 올린 뒤 이재명 조직과 안철수 조직이 협동해서 유포하고 있음’이라는 내용도 나타났다.
‘이재명측 댓글알바 고용’ ‘문재인 치매설 유포자는 손가혁’과 같은 내용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2017년 4월 ‘문재인 치매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네티즌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 소속이 아닌 일반인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재판부 또한 “온라인 정보보고에 기재된 사항들은 대부분 온라인에 떠도는 사항들을 취합해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소속 추미애, 안희정, 이재명 등에 대한 온라인 여론의 동향, 네이버 등 서비스 뉴스 댓글에 대한 내용이어서 2017년 대선을 준비해 나가던 상황에서 온라인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인 김 전 지사에게 유용한 정보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온라인 정보보고가 자신에게만 전달된 것이 아니고 자신은 댓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 것은 1~2회 단편적으로 전달한 데 그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도 김 전 지사에게 전송된 것을 주체에 따라 일부만을 편집해 보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드루킹으로부터 정보보고를 전송받은 피고인(김 전 지사)로서는 드루킹이 이재명, 안철수 등 상대 세력들의 댓글 관련 작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수작업에 의한 댓글 작업이나 킹크랩에 의한 댓글 순위 조작을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선 뒤에도 이어진 기사조작 작업
두 사람의 관계는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드루킹이 2017년 12월 12일 김 전 지사에게 보낸 뒤 드루킹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들이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올린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정보보고에는 ‘따라서 경인선은 현재 600명 수준의 선플 운동 조직을 3배로 확장하여 1800명까지 늘릴 계획임. 지방선거까지는 기사 조작을 막아낼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경인선’은 2016년 드루킹 등이 주도해 만든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의 블로그로,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의미다.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라고 말하는 영상도 있다.
또한 2017년 12월 26일 정보보고에는 ‘이재명은 팟캐스트나 더불어민주당 당원층에서는 그다지 호응이 없어서 지난 경선과 달리 큰 지지세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재판부는 “김 전 지사와 드루킹은 댓글 작업을 2018년 6월 13일 치러질 지방선거까지 계속하기로 합의했고 그 무렵부터 계속하여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와 관련한 각종 정보 등을 공유하고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드루킹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기만 한 게 아니라 당내 유력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경공모 내부에 남긴 메시지에 따르면 ‘박원순은 경남지사로 출마하는 것을 계속 설득하고 있으나 말을 안들음,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을 전해철이 경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 바둑이(김경수 별명)는 바른정당 잔류파만 잡으면 국민의당은 거저 따라오게 된다고 보고 있음’등의 내용이 있었다.
재판부는 “김경수가 드루킹에게 당내의 다소 내밀한 사정에 관해서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019년 1월 30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위와 같은 논리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던 1심 재판부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는 그로부터 두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3월 5일 검찰에 의해 전격 기소됐다. 2016년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며 ‘정운호 게이트’관련 영장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는 혐의였다. 이에 대해 ‘보복기소’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성 부장판사는 결국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던 김 전 지사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도 유례없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