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누나 재훈씨를 상대로 상속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 2심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 전 회장 몫으로 인정된 돈은 1심 때보다 크게 줄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뉴스1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3부(재판장 이경훈)는 이 전 회장이 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가 이 전 회장에게 153억5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작년 6월 이씨가 이 전 회장에게 4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었다.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은 사망 전인 1996년 9월 ‘아내 이선애씨와 아들들에게 재산을 나눠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 뜻대로 처분하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딸들에게는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았다.

당시 특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으로 2010~2011년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통해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0년 태광그룹 자금관리인은 이씨에게 차명재산 중 일부인 400억원의 채권을 맡겼다. 태광그룹은 2012년 이씨에게 해당 채권을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이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이씨를 상대로 이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해당 채권은 자신이 단독 상속했으며 이씨에게는 잠시 맡긴 것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이씨는 선대회장의 유언은 무효고, 채권증서 보관을 위탁받은 적도 없다며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이 선대회장의 유언이 ‘나머지 재산’의 처분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유언의 방식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이씨가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으므로 이미 해당 채권은 이 전 회장 소유가 됐다고 판단했다.

2심도 채권이 이 전 회장 소유라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1심과 다소 달랐다. ‘나머지 재산’에 관한 선대회장의 유언은 유효하고, 이기화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적법하게 물려받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언에는 그룹 경영권을 이 전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가 차명 재산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기화 전 회장이 차명 재산을 이 전 회장에게 넘기도록 한 게 유언의 취지라고 본 것이다.

다만 이씨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로는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5000만원만 인정해 이 전 회장에게 반환할 돈도 이 액수에 그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