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 생겼다며 장애연금을 청구한 가입자에게 30여년 전 군 징병신체검사에서 나온 난청 판정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한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박모(62)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연금 수급권 미해당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99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박씨는 60세가 된 2022년 3월 난청을 사유로 장애연금을 청구했다. 애초 장애 진단으론 2010년 7월 ‘양측 50%의 어음명료도, 우측 65dB, 좌측 85dB의 난청’이라는 소견이 기재된 형태로 청각장애 4급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4월 국민연금공단은 박씨가 1985년 징병 신체검사 때 난청 정도가 중등도(41∼55㏈)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이미 국민연금 가입 전부터 난청이 있었다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통지했다.
박씨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해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당하자 2022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2010년 병원에서 진료·진단을 받기 전까진 정상 생활을 하는 등 난청이 국민연금 가입 전에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의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으로 인한 장애에 한해 장애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07년 7월 개정돼 ’당해 질병의 초진일이 가입 중에 있는 경우로 가입자가 가입 당시 발병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도 가입 중에 생긴 질병에 포함하는 등 장애연금수급권의 범위가 확대된 바 있다.
재판부는 1985년 신검 때 나온 중등도 난청 판정의 신빙성이 낮으며 박씨는 1989년부터 직장생활을 했고 2000년에는 사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보청기 없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2010년 6월에야 갑자기 귀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일정한 청력을 요구하는 자동차 운전 면허를 1991년에 취득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징병 신검 때 청력장애로 인한 4급 판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1999년 4월 이전에 (현재) 청각장애를 초래한 질병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단이 가입 중 발생한 질병에 따른 장애에 수급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부정한 목적으로 연금에 가입해 기금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데 박씨는 가입 당시 장애연금을 목적으로 질병을 숨겼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어 “장애연금 수급권이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단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