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거래’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14일 창원지법에 출석했다. 명씨에게 공천을 대가로 1억2000만원씩 건넨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방선거 예비 후보 2명도 연이어 법정으로 향했다.
명씨는 이날 오후 1시 54분쯤 창원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찰 소환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이 명씨에게 ‘오늘 어떤 부분 위주로 소명하실 계획이냐’ ‘김건희 여사에게 돈 봉투 언제, 얼마나, 어떻게 받은 것이냐’ ‘김 전 의원 (공천) 이준석 의원에게 부탁한 게 맞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모두 답하지 않았다. 법정으로 향하던 중 한 차례 넘어지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2분 뒤인 오후 1시 56분쯤 법원에 출석했다. 김 전 의원은 “언론인 여러분들이 검찰을 너무나 흔들고 있다. 정치적인 구속영장이 아닌가 싶다”며 “성실하게 소명하고 나오겠다”고 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잠적해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아니다”라고 했다.
명씨에게 공천을 바라고 1억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고령군수 예비 후보 배모씨와 대구시의원 예비 후보 이모씨도 뒤이어 법원에 출석했다. 이씨는 고개를 숙이고 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으로 향했다.
창원지법 형사2단독 정지은 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명씨와 김 전 의원, 두 예비 후보에 대한 실질심사를 연이어 진행한다. 두 예비 후보를 시작으로, 2시 30분에 김 전 의원, 3시 30분에 명씨에 대한 심사가 열린다.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으로부터 2022년 8월~2023년 11월 세비 7600여 만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그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명씨의 구속영장에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 부부 및 측근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 덕분에 김영선이 전략공천을 받고, 향후 선거에서도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세비를 교부받은 것”이라고 적시했다.
김 전 의원은 세비 등 금품을 건넨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전 의원이 스스로 국회의원의 지위를 포기하고, 명씨가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묵인하고, ‘공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명씨에겐 공천 대가로 지방선거 예비 후보이던 배씨와 이씨로부터 각각 1억2000만원씩 받았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명씨가 국민의힘 당대표(이준석), (윤석열)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하며, 4선 국회의원인 김영선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고 싶어 하는 지역 사업가들로부터 2억4000만원을 교부받은 것”이라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실질심사에서 명씨의 증거인멸 우려를 특히 강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명씨가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 등 증거를 인멸했고, “휴대폰을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 “다 불태워버리겠다”고 말하는 등 향후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다는 것이다. 반면 명씨는 “포렌식 업체 사장이 휴대폰 잠금을 못 푼다.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확인서와 휴대폰 교체 내역을 추가로 제출하며 증거인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영장심사에서도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은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의뢰한 지난 1월 3일 무렵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를 모두 교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한 바 있다. 또 “선관위의 조사가 진행되자 진술 회유, 말 맞추기 지시 등 진술을 오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했다.
네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