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의 재개발을 추진하던 조합장이 성매매 업소 운영에 관여하다가 적발돼 대법원에서 실형(實刑)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성매매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추징하고 업소 건물도 몰수했지만, 재개발이 예정된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지나친 처벌이라며 몰수하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받는 영등포 재개발 조합장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건물을 몰수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아내와 공모해 서울 영등포구의 성매매 업소 운영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2007년 해당 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후, 성매매 업소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대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1999년에는 영등포에서 성매매 업소를 직접 운영하다가 처벌받았고, 2018년에는 성매매 업주에 건물을 제공해 처벌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성매매 업소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A씨는 2020년대 들어 영등포 도심역세권 재개발사업 추진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정식으로 재개발조합의 초대 조합장까지 맡았다.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를 재개발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건물이 성매매에 쓰이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화대비를 가져갔다는 종업원 증언, 1층이 ‘유리방’으로 된 건물 형태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성매매 업소에 관여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범죄 수익 3300여만원을 추징한다고 선고했다. 성매매가 이뤄진 A씨의 건물과 토지도 몰수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성매매에 쓰이는 것을 알면서도 자금·토지나 건물을 제공한 경우 그와 관계된 자금 또는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는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한 후 오랜 기간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이에 관여해왔다”며 “토지와 건물을 몰수해 성매매 업소 운영의 물적 기반을 근원적으로 제거, 재범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건물이 아닌 토지까지 몰수하는 건 과도하다며 1심 판결을 일부 파기했다. 2심 재판부는 “형법상 몰수 요건에 해당하는 물건이라도 이를 몰수할지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건물 몰수는 필요하지만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건물을 몰수하는 만큼 다시 이곳에서 성매매 알선을 저지를 위험성은 없고, 재개발이 진행되면 가치가 상당히 커질 토지까지 몰수하는 건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