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6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손 검사장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 ‘조국 대 윤석열’ 구도의 선거 전략을 세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 운동에 관여했다는 혐의 등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과 아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시민씨,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고발해 달라고 미래통합당 측에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기획관이던 손 검사장이 해당 고발장을 작성하고 미래통합당 후보자였던 김웅 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직접 전달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김 전 의원은 미래통합당 측에 고발장 파일을 텔레그램으로 넘겼는데, 여기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었다는 것이 핵심 근거였다.

재판의 쟁점은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직접 전달했는지였다. 1심은 이를 인정하고 일부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두 사람 사이에 ‘제3자’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기획관으로 고발장 관련 정보 수집·작성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손 검사장이 제3자에게 고발장을 전송하고, 제3자가 김 전 의원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손준성 보냄’ 표시가 나타난다. 고발장을 직접 보냈다는 공소사실을 증명하는 직·간접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혐의, 고발장과 첨부된 실명 판결문을 전달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해당 고발장을 당시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 등 검찰 내 상급자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 검사장은 검찰총장과 검찰 조직을 상대로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각종 의혹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선거를 앞두고 이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검찰 차원에서 고발장을 준비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고발을 기획하고, 미래통합당 측에 고발장을 전달할 사람으로 김 전 의원을 선택해 긴밀하게 연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손 검사장이 윤 대통령 등 제3자에게 고발장을 전달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손 검사장은 선고 직후 “충실한 심리 끝에 무죄 선고를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4월 이후 정지된 헌법재판소의 손 검사장 탄핵 심판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심판을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