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6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윤 대통령에게 “21일까지 검찰에 나오라”고 2차 소환 통보를 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잇따라 윤 대통령 소환 조사를 시도하면서 수사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세 수사기관의 경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공조본의 출석 요구는 공수처 검사 명의로 이뤄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앞서 경찰 특별수사단은 공수처에 윤 대통령 관련 사건을 일부 이첩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 수사는 공수처를 통한 공조수사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조본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직접 찾았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공조본 관계자는 “특급 등기우편물로도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했다. 공수처는 출석요구서에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등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한 지 5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2시쯤 검찰 특수본도 윤 대통령에게 2차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은 변호인 선임 지연 등을 이유로 불응했다. 검찰은 1차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공문을 대통령실로 보내고, 우편으로도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한다.

계엄에 관여한 군 주요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이날 구속됐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전·현직 정보사령관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번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령부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군 내 사조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의 비화폰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계엄 선포 전부터 문상호 사령관, 노상원 전 사령관 등과 수차례 통화를 하며 계엄을 준비시킨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계엄 당일인 3일 밤 10시 31분쯤 중앙선관위에서 서버 등 내부 장비를 촬영한 계엄군도 정보사령부 소속이었다. 특수단 관계자는 “문 사령관은 김 전 장관 지시로 선관위 투입에,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 공작부대(HID)에 국회의원 체포조 투입을 준비시키는 등 사실상 계엄의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도 주목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로 포고령 초안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2013년 준장 시절 약 1년간 박근혜 정부 대통령 경호실에서 군사 관리관으로 파견 근무했는데, 당시 소령이던 문 사령관과 함께 근무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개인적인 일로 전화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문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했다. 다만 문 사령관에 대해선 검찰이 현직 군인 신분이어서 군사법원법에 위반된다며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았다. 법상 체포 주체가 군사경찰이나 군검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조본에 체포 절차를 재검토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내란 혐의로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건강 악화로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조 청장은 올해 초 혈액암 2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