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22년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내린 ‘업무개시명령’의 근거 법조항에 대해 법원이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을 열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의 업무개시명령 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 결정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20일 원고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일부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화물자동차법 14조 1항과 4항이 정한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헌재의 심판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돼있던 선고 기일은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기됐다.
화물자동차법 14조가 규정하는 업무개시명령은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운수 종사자 등이 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적정 운임 보장제) 영구 시행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자, 이 조항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 운송 거부자들에게 우편(등기)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보내 복귀하라고 한 것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복귀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화물 운송 사업자 면허가 30일 동안 정지(1차 처분) 또는 취소(2차 처분)될 수 있다. 정부는 명령에 불응한 기사를 경찰에 고발하고 운행 정지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그해 12월 조합원 1명의 명의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이어 “화물자동차법 14조 등은 헌법이 보장한 화물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했다.
2년여 간 이 사건을 심리하던 법원은 업무개시명령 조항의 위헌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단, 명령에 불응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각하했다. 헌재가 위헌성 여부를 판단한 후에야 재판은 재개될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업무개시명령은 노동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