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전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하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사이에서 실무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20일 구속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하며 신병을 확보한 첫 주요 지휘관이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문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이날 오후 발부했다. 문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비선으로, 이번 비상계엄을 사실상 기획했다고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구속)과 경기 안산시의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자리에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이 배석해 계엄을 사전에 준비하는 취지의 논의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참석자인 정모 대령은 이날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분들께 사죄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정 대령의 변호사는 법률 의견서를 함께 공개하면서, 정 대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원들이 출근할 경우 신원 확인을 하고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한 점을 시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직원들을 케이블타이로 묶거나, 마스크나 두건 등을 씌우는 등 강제적인 통제 방안까지 논의한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문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공조수사본부는 계엄 당일 선관위에 파견된 정보사 요원들의 구체적인 임무를 캐물을 방침이다.

공조본은 국군 정보사령부가 산하 북파공작부대(HID) 요원들을 정치권 주요 인사 체포 관련 작전에 투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HID 요원 투입 관련 질문에 “(판교에) 특수 인원 5명 포함, 30여 명을 대기시켰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부터 문 사령관의 내란 혐의 관련 사건을 이첩 받았다. 지난 17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18일 오후 12시 20분쯤 집행해 문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했다. 지난 19일까지 그를 조사하고, 체포시한 만료 1시간 여를 앞두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문 사령관을 구속하면서, 공수처는 비상계엄 당시 주요 지휘관의 신병을 처음으로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