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진영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3차 소환 요구에도 불응했다. 공수처는 30일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할지, 4차 소환장을 보낼지 결정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에게 “29일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고, 변호인 선임계 제출과 일정 연락을 위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1·2차 소환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대응이 먼저이고, 검찰·경찰·공수처 등 수사기관 간 수사권 논란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는 본지에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 권한이 없다”면서 “논란의 여지 없이 적법 절차가 진행될 때 (윤 대통령이) 협조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없더라도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이 혐의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찰도 같은 취지의 입장이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적법한지 여부는 결국 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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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체포 영장 집행 나설 듯”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법원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으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사기관은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출석요구(임의수사)에 세 번 응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 등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선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실제 체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 현직 검사는 “내란죄는 현직 대통령도 소추(訴追)가 가능하고, 형사상의 소(訴)를 제기해 수행하는 소추에는 체포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과 외환(外患)죄는 불체포특권도 없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도 “압수수색영장은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대통령경호처가 거부할 수 있지만, 체포 영장은 집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뚜렷이 없다”고 했다.

◇“영장 발부돼도 실제 체포 어려울 것”

반면 실제 윤 대통령 체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윤 대통령은 이미 출국 금지 조치됐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도주 우려가 없어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체포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실제 집행은 다른 문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현재 서울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이라며 “공수처가 (압수 수색을 막아서는) 경호처 직원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 또는 구속할 수는 있겠지만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며 이렇게 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일단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뒤, 윤 대통령에게 4차 소환 통보를 해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尹-노상원 관련성 조사 중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불러 조사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의 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직원 체포, 자신의 수첩에 적힌 ‘NLL 북한 공격 유도’ 등에 대해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의 관련성을 조사 중인데,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 26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8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았지만, 김 전 장관이 “위법한 증거 수집을 시도한다”고 반발해 다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것이다.

검찰은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등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 지휘관들을 차례로 기소할 방침이다.

◇김용현 “한동훈·이재명 계엄법 위반”

검찰과 별개로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28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추 의원은 지난 4일 가결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 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계엄 포고령 위반이라며 한 대표와 한 대표를 도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주민 의원 등을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