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호처와 대치중이다. /김지호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갈지자 행보는 문재인 정부가 졸속으로 설치한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다른 수사기관과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공수처법에도 공백이 많아 주요 수사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수사에서도 수사권 논란부터 체포 영장 집행 일임 논란까지 터져 수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장성급 장교 등을 대상으로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수사 범위가 검찰·경찰과 일부 겹치는 탓에 수시로 주도권 경쟁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법의 허점도 여러 번 드러났다.

공수처는 직접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검찰에 보내게 돼 있다. 그런데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의 경우 검찰이 “보완 수사하라”며 사건을 반송했지만, 공수처는 “검찰이 자체 보강 수사하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약 1년간의 신경전 끝에 검찰이 자체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공수처 검사가 경찰의 신청을 받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공수처는 2021년 5월 사건사무규칙을 만들며 “경찰이 구속·체포 영장 등을 공수처에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구속·체포 영장은 빼고 압수수색·통신 영장만 남겨놨다. 지금도 공수처가 법률에 근거 없는 권한을 행사한다는 논란이 남아 있다.

한편 공수처의 인력 부족과 수사 역량도 늘 논란거리다. 2021년 출범 이래 작년 6월까지 8785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은 4건뿐이다. 구속 영장도 5번 청구해 모두 기각됐다가 지난달 문상호 정보사령관 구속영장이 처음으로 발부됐다.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25명으로 검찰의 일선 지청 수준인데 검사들의 집단 사직으로 그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처·차장 포함 1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