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측이 13일 시작된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선고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보다 이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 대리인단은 “정국 안정을 위해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날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한 총리 탄핵 심판 첫 변론 준비 기일에서 재판의 우선순위를 두고 충돌했다. 한 총리 측 대리인단은 “한 총리가 탄핵소추된 후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더 심각한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며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권한대행의 직무까지 정지시켜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이중의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 측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기로 한 헌재 방침에 대해 “해당 사건은 다른 탄핵 사건에 비해 쟁점이 많고 신속한 심리·결정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헌재가)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다른 사건을 제쳐두고 우선 심리하면 정당성과 형평성에 심각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의 조속한 권한대행 복귀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고 국정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회 측은 “현재의 정국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불확실성의 원인이 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관한 탄핵소추 사건이 조속히 종결돼야 한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던 기간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재판관 2명이 임명된 후 정국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결 정족수도 쟁점이 됐다. 헌법에는 권한대행의 탄핵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탄핵 의결 정족수(200석)가 아닌 일반 국무위원 의결 정족수(151석)를 적용해 논란이 됐다. 한 총리 측은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결 정족수는 200석이라며 “탄핵소추 과정이 부적법해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가 200인인지, 151인인지 (다음 변론 준비 절차에서) 신속하게 결정한 뒤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주심인 김형두 재판관은 “(탄핵 정족수는) 중요한 쟁점이지만 최종 선고할 때 결정문에 들어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양측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국회 측은 탄핵 사유로 ▲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돕거나 묵인·방조 ▲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거부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등을 들었다.
한 총리 측은 지난 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권한이지 의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에 대해선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여당 등 국회에 협력하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탄핵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한 총리 측은 또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국회 측은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문제를 철회한다고 했는데, 이 재판에서도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인지 정리해달라”고 했다. 헌재가 이에 관한 입장을 묻자 국회 측은 “추후 입장을 정리해 서면으로 내겠다”고 했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은 격주로 수요일마다 진행될 전망이다. 2차 변론 준비 기일은 오는 2월 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