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불법으로 북한에 전달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수억원 대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서 징역 3년 6월이 선고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2심 재판이 14일 시작됐다.

수원고법 형사2-2부(재판장 김종우)는 이날 오후 김 전 회장의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사건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작년 7월 12일 1심 선고 후 6개월 만이다.

이날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혐의에 대한)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새로 선임돼 사건 기록 검토를 다 마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변호인은 “서류 검토를 마친 다음 필요한 양형 자료를 제출하고, 필요하면 양형 증인을 신청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공범 관계에 있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북송금과 쌍방울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2월 19일 2심서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7년8개월이 선고됐다. 이 전 부지사는 같은해 6월 1심에선 9년6개월을 선고받았었다. 이날 재판은 향후 일정 조율 등만 마치고 26분 만에 끝났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4년 동안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그룹의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하고,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3억3400여만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2억5900여만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2019년 경기도가 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지난 2023년 1월 구속기소 됐다가 작년 1월 보석 석방됐다.

2019년 1월 이화영(맨오른쪽)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왼쪽에서 둘째) 전 쌍방울 회장이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오른쪽에서 둘째) 부실장, 국내 민간 대북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맨왼쪽) 회장 등과 술자리를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불법 대북 송금, 뇌물 등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뇌물 공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태도를 고려했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9년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경기도의 대북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 측에 대신 전달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스마트팜 사업비 164만달러와 방북 비용 230만달러 등 총 394만달러가 대납 목적으로 무단 유출돼 외국환거래법을 어겼다고 판결했다.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에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협력 사업을 시행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2억1800만원의 정치자금(그중 1억700만원은 뇌물)을 준 사실도 인정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함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 그는 또 경찰관인 지인의 승진 청탁을 명목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30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 쌍방울 임직원 명의로 세운 5개 페이퍼 컴퍼니 자금 538억원을 횡령하고, 그룹 계열사에 약 11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배임)등으로 각각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