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받은 소송 서류 속에 있는 개인 정보는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보내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보낸 서류이기 때문에 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최근 강화되는 개인 정보 보호 추세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2018년 7월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사건에 휘말린 김씨는 채권자 측이 부산지법 서부지원에 낸 사실 확인서 등을 받았다. 이 서류에는 채권자 측의 준비서면과 함께 A씨의 운전면허증 사본 등이 담겨 있었는데, 김씨가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제3자에게 보낸 것이다. 검찰은 이듬해 11월 김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에서는 김씨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한 법원을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법원은 채권자들이 제출한 소송 자료를 기계적으로 상대방에게 전했을 뿐, 법이 정한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김씨의 촬영·전송 행위도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검찰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법원의 역할을 ‘행정 사무 처리 기관’과 ‘재판 사무 처리 기관’으로 구분한 뒤 “재판 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법에 따라 소송서류 등을 송달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법원 서류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된 상황이라고 무죄를 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법원 편의주의적 판결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