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첫 재판에서 김 전 장관 측과 검찰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사법심사 가능 여부를 놓고 16일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김 전 장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 계획 등을 잡는 절차로,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회색 정장 차림에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출석했지만, 직접 말을 하진 않았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계엄선포 자체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계엄) 이후 상황은 헌법과 계엄법 등에 의한 통상의 계엄 과정에 해당한다. 범죄가 될 수 없다”며 재판부가 검찰 공소를 기각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일개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고도의 통치권 행사를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되면 법관들이 정치 행위를 하는 결과가 생긴다. 사법부 독립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비상계엄이 범죄에 해당할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판례의 확고한 태도”라며 “이미 구속심사 과정에서도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은 명백히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공범도 송치됐기 때문에 이 사건 수사 개시 권한이나 진행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사건의 피고인들의 재판을 김 전 장관 재판에 병합해 심리할지에 대한 양측 의견도 수렴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비슷한 사안이니 병합해서 충분한 반대 신문과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합쳐서 심리할 것을 요청했으나 검찰 측은 “공범별로 범행 가담 내용이 상이하고 입장도 달라서 병합 때 재판 지연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또 재판부는 증거 규모와 구속 기한을 고려해 2주에 3회 정도로 집중심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김 전 장관 측은 “신속 재판의 의미가 공정 재판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반대했고, 검찰은 “한 주에 2회 또는 3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법원이나 수사기관 중 그 누구도 대통령이 문제 제기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대해 접근한 사람이 없다”며 “계엄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관위 서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증거보전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최근 국회에 출석해 법원에서 요청하면 서버를 공개하겠다고 말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내달 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사건 병합 여부와 향후 기일 일정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이 앞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포고령 1호에 관해 “김 전 장관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다.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김 전 장관 측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당하게 작성된 포고령이다.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국회의 권능을 이용해서 (국정을) 마비시키는 정치 활동을 금지한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이 직접 초안을 작성했고, 전체적인 검토는 당연히 윤 대통령이 했다. 저희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