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가 위법하다며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16일 밤 기각됐다. 이에 따라 체포적부심 청구와 함께 중단됐던 체포영장 시한 48시간도 다시 재개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밤 11시쯤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하며 “이 사건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체포적부심 심문에 출석해 공수처 체포의 위법성을 거듭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체포된 지 이틀째인 이날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2차 조사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15일) 조사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개괄적 입장을 밝혔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변호인 의견서를 낼 예정이니 피의자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조사에 불출석한 채 구치소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은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에 체포돼 10시간 40분 동안 1차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고, 조사가 끝난 직후 체포 적부심을 청구했다.
법원 결정으로 윤 대통령은 당분간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공수처는 이르면 1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본격 시작됐다. 윤 대통령 측은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을 내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尹, 양복 입은 채로 구치소서 첫날 밤… 아침식사 절반 남겨
이날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 심리로 약 2시간 동안 열린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심사는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윤 대통령 측에선 배진한·석동현·김계리 변호사가, 공수처에선 주임검사인 차정현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3명이 각각 참석했다. 윤 대통령 본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심사에서 “공수처가 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전속 관할권 위반”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공수처가 경찰 수천 명을 동원해 대통령 관저를 무단 침입했고, 경찰이 55경비단 공문을 위조하는 등 위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했다.
반면 차 부장검사 등은 “전속 관할 개념은 기소에 관한 것이어서 수사 단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의 주거지 등을 고려해 서부지법에 체포 영장을 청구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또 “윤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세 차례나 불응했고,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정당한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뒤 결국 공수처 손을 들어줬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체포적부심 심사를 위해 법원에 제출했던 수사 자료를 17일 반환받은 뒤 이르면 17일 중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수처가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시간부터 체포적부심 결과가 나온 뒤 서류들을 반환받기까지 시간은 체포 시한인 48시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공수처에 남은 시간은 20시간 30분 정도다.
한편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체육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와이셔츠와 양복 바지 차림으로 첫날 밤을 지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잠자리에 바로 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였으며, 이날 아침 식사로 시리얼과 삶은 달걀, 하루견과, 우유 등이 제공됐지만 절반밖에 못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수용된 구인 피의자 대기실은 6~7평 규모로 밥상, TV,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