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 들어서는 尹대통령 -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출발한 윤석열 대통령 호송 차량이 오후 8시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4시간 50분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총 45분간 직접 변론했고, 이튿날인 19일 새벽 구속됐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 출석은 심사 당일인 18일 오전에야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김홍일·윤갑근·배진한 변호사를 1시간 넘게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변호인단이 “대통령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당당하게 대응해 달라”고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오전 11시쯤 변호인단이 “윤 대통령이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한다”고 공지하자 서울서부지법 일대는 분주해졌다.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은 법원 정문에 차벽을 세우고, 펜스도 설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그래픽=이철원

윤 대통령은 오후 1시 25분쯤 법무부 호송 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호송 차량 앞뒤로는 윤 대통령을 경호하는 차량이 달렸다. 오후 1시 51분쯤 윤 대통령이 탄 차가 서부지법에 도착하자 흥분한 일부 지지자가 도로로 난입했다. 윤 대통령은 법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법원으로 들어간 뒤, 변호인이나 민원인이 드나드는 복도를 거쳐 법정으로 향했다.

영장 심사는 오후 2시 차은경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됐을 당시 입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 중앙 피고인석에 홀로 앉았다. 좌측 검사석에는 차정현 부장검사 등 공수처 검사 6명이, 우측 변호인석에는 김홍일·윤갑근·석동현 변호사 등 변호인단 8명이 각각 자리 잡았다.

먼저 공수처 검사가 70분 동안 PPT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 부장검사 등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에게 전화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라도 들어가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등 국회의 기능 행사를 마비시키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전화를 사령관 옆에서 함께 듣거나, 사령관에게 관련 지시를 전달받았다는 현장 지휘관 진술을 다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검사는 비상계엄 뒤 대국민 담화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확신범’ 성향을 보인다며 재범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텔레그램에서 탈퇴하고 휴대전화를 바꾼 점 등을 보면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김홍일·석동현·배진한 변호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종료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고운호 기자

윤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송해은 변호사가 70분간 PPT로 공수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어서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또 공수처가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은 전속 관할권 위반으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4시 35분쯤 발언 기회를 얻어 40분간 비상계엄 선포 이유 등을 직접 설명했다. 따로 원고 없이 평소처럼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국회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 병력만 국회에 투입한 것이라고 담담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분 휴정 뒤 차 부장판사는 공수처와 변호인단에 각종 쟁점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차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에게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쪽지 속 ‘비상 입법 기구’는 무엇을 뜻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날 윤 대통령에게 직접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쪽지를 내가 쓴 것인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고, 메모 취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 포고령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이 옛날 포고령을 잘못 베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측은 “포고령 작성 과정에 어떤 착오도 없었고, 윤 대통령이 검토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5분 최종 발언을 끝으로 영장 실질 심사는 이날 오후 6시 50분쯤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차 부장판사는 심사 종료 8시간 만인 19일 오전 2시 50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간단한 사유를 밝히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당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오후 2시까지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체포된 이후 16·17일에 이어 세 번째 소환에 불응한 것이다. 공수처는 20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