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윤 대통령 공소장에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尹 대통령, 李에게 단전·단수 문건 보여줘

3일 국회에 제출된 윤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이 전 장관에게 “자정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줬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오후 11시 37분쯤 소방청장에게 “경향·한겨레·MBC·JTBC·여론조사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을 하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는 소방청 차장을 거쳐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달됐다. 다만 이날 경찰이 소방에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국회에서도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소방청장과 다른 국무회의 참석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단전·단수’ 문건에 관한 진술을 확보해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 뜻 받들어 임무 하달”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재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임무 명령을 하달한다”고 말한 정황도 상세하게 적었다. 김 전 장관은 “이 시간 이후의 모든 군사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공이 있다면 여러분의 몫이고, 책임진다면 장관의 몫”이라고 말하면서 “오직 부여된 임무에만 전념하고, 혹여 명령에 불응하거나 태만한 자는 항명죄로 다스려서 군율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알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장관은 이어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은 기(旣) 지시된 사항과 관련하여 제한사항을 확인하고, 준비되는 대로 이행하라”고 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계엄 직전인 지난해 12월 1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선포 대비 지시를 받았을 때 자신의 수첩에 예하 부대별 출동 계획을 적어뒀는데, 김 전 장관의 이행 지시를 받은 뒤 수첩을 보면서 국회‧선거관리위원회‧여론조사 꽃 등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尹‧金, 국무회의 전 조치사항 문건도 준비

한편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를 앞두고 각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할 문서도 미리 작성‧출력해 준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 부처 장관들인 국무위원들에게 이 문서를 배포해 교부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국회 관련 자금 완전 차단’ ‘국가 비상 입법 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긴 A4용지 한쪽짜리 쪽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쪽지들을 자신이 직접 작성해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의 관여 사항이 아니라 보고하지 않았다. 제가 계엄을 주도한 주무 장관으로서 작성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뉴시스

◇국방부 조사본부, 육‧해‧공‧해병대 수사관 명단 작성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체포조 구성에 나선 정황도 윤 대통령 공소장에 담겼다.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수사관 100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국방부 조사본부 A 차장에게 방첩사를 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에게 “방첩사에서 수사관 100명을 요청하였는데, 우리 본부에서는 몇 명 가능한지 확인해 봐”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분 뒤에는 육군본부 산하 육군수사단장에게, 오후 11시 12분쯤에는 해군본부 산하 해군수사단장에게 각각 전화해 방첩사 요청을 전달하면서 ‘수사단에서 몇 명 차출 가능한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장은 육군수사단 수사관 30명, 해군‧공군‧해병대수사단 수사관 각 10명과 국방부 조사본부 직속 수사관 40명 등 도합 100명의 명단을 받아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당 수사관 명단을 실제로 작성했으나, 방첩사 요청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전파하는 등 활용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무장 군인 1605명과 경찰관 약 3790명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보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6일 구속 기소했다. 윤 대통령의 첫 형사 재판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이어서,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