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사건 2심 선고 재판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설 때, 희끗한 머리에 정장 차림을 한 남성이 이 회장을 밀착해 경호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재판에 출석했을 때도 이 대표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도 사진에도 자주 등장한다. 주요 사건 피고인 옆에 선 이 남성은 누굴까.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남성은 서울고법 법정보안관리대 산하 청사보안팀의 팀장급 직원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경호 보직이 따로 있지는 않고, 피고인이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경우 방호원들이 팀을 꾸려 대응한다”며 “아무래도 팀장급 직원이다보니 종종 주요 인물과 같이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직위나 직책을 밝히진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를 함께 쓰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각각 법정보안관리대를 두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55조의2는 ‘법정의 존엄과 질서 유지 및 법원 청사의 방호를 위하여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법원보안관리대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청사 방호다. 입정 전 보안검색대를 통해 소지품 검사 및 몸수색을 하고, 법정 내 소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제압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서울고법 재판은 고법 소속 방호원이, 서울중앙지법 재판은 지법 소속 방호원이 담당하는 식이다.
개별 법정이 아닌 청사 건물 전체에 대한 보안은 고등법원이 책임을 진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같이 사용하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외부에서 법정 안으로 들어가거나, 재판을 마치고 다시 나오기까지의 동선은 서울고법의 관할인 셈이다. 이런 탓에 피고인의 신변 보호가 필요한 경우 1·2심에 관계 없이 서울고법 방호원들이 경호와 의전 업무를 총괄한다. 청사 정·후문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도 서울고법 방호원들이다.
10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만난 한 방호원은 “신변 보호 요청이 올 때마다 재판부와 협의하거나 팀 내부적으로 판단해 경호 규모를 결정한다”며 “예컨대 차량이 진입하는 순간부터 경호를 할지 등은 케이스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호원은 “유명 인사에 대한 경호는 경찰에서도 나오고, 여러 군데에서 지원을 한다”고 했다. 이들은 2교대로 8시간씩 근무하며 법원을 지킨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등 민감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헌법재판소 인근에도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 경호·경비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1월 1일과 서부지법 난동 사건(1월 19일)을 기점으로 재판관 경호가 두 차례 강화됐다”며 “특히 서부지법 난동 이후부턴 방호원들이 비상근무 체제로 돌입했다”고 했다. 다만 경찰 측에 협조를 요청해 경호·경비 인력을 보충한 것으로, 헌재 소속 방호원 수를 늘리진 않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