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자신이 “무슨 비상계엄인가”라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11일 말했다.
신 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 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가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생각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 실장은 비상계엄 당일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을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순방 날짜를 논의하는 회의인 줄 생각했고, 대접견장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상계엄 상황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당시가 비상계엄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이) 급박해서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신 실장은 이튿날 새벽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는데도 윤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에 머물자 자신이 윤 대통령을 모시러 갔다고도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빨리 해제해야 하는데 합참에 머물러 오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당시 (국회에) 시민과 요원이 섞여 있어서 빨리 철수시켜 우발 사태를 안 나게 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빨리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인 500명이 투입됐다는 보고를 받고 ‘1000명은 투입했어야 됐다’고 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러한 얘기는 없었다는 증언을 들었다”며 부인했다.
한편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말~4월 초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열린 만찬에서 ‘비상한 조치’를 언급했고, 자신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도 밝혔다. 당시 만찬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대통령경호처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참여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정치 상황으로 가기 어려워졌다며 비상한 조치를 해야겠다고 발언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의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다만 “군이 현실 정치에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이해했다”면서 “계엄까지는 생각 못 했다. 어떤 경우든 적절치 않다고 제 의견을 피력했다”고 했다.
신 실장은 “평소 제가 알고 있던 역사관, 군의 현실, 우리 국민의 정치 의식 등을 고려할 때 그런 것들은 썩 유용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만찬이 끝난 직후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김 전 장관에게 “유의 깊게 대통령을 잘 모셔라. 그런 말씀을 혹시라도 안 하시도록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게 부하된 우리의 도리다”라고 조언했다고도 밝혔다.
한편 국회 측 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윤 대통령은 신 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후 공방을 벌였다.
정 위원장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야당에 대한 경고성, 짧은 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면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 표현했고, 야당을 지칭한 걸로 보이는데 ‘국민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패악질을 일삼는 파렴치한 종북·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자 선포한다’고 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줄탄핵, 예산 폭거, 특검을 예로 드는데, 이는 엄연히 헌법과 법률적으로 보장하는 국회의 권한”이라면서 “권한 행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국회를 척결 대상, 반국가집단,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인식했다면 과연 경고성 계엄이었나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소추위원장께서 줄탄핵, 예산·입법 폭거가 국회 권한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엄연한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간첩법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중이라고 하는 데 위헌적인 법, 국익을 침해하는 법은 일방적으로 신속하게 통과시켜 놓고, 간첩법은 왜 아직도 심사숙고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또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루즈벨트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도 수백 번씩 한 바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