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고심하고 있다./뉴스1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마 후보자 임명 보류 사건의 쟁점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느냐인데, 민주당이 뒤늦게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마 후보자 임명 보류 권한쟁의 심판 두 번째 변론에서 국회 측이 “이번 심판의 흠결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청에 “본회의 의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그로부터 나흘 만에 결의안이 통과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가 민주당에 ‘지금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절차적 하자를 빨리 보완하라’는 힌트를 준 것”이라며 “권한쟁의 심판이 헌재와 민주당의 ‘약속 대련’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민주당이 ‘사후 추인(追認)’ 논리를 만들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픽=양진경

◇“뒤늦은 결의안, 심판에 영향 주기 어려워”

민주당 측은 권한쟁의 심판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는 점을 들어, “우 의장이 단독으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어도 사후에 국회가 이를 추인하면 청구인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사소송법은 ‘소송 행위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사람이 소송 행위를 한 뒤에 보정된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이 이를 추인한 경우, 소급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뒤늦게 ‘마 후보자 임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것으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의결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의 절차적 흠결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국회 표결로만 치유될 수 있다”며 “임명 촉구 결의안으로는 권한쟁의 심판 청구인 적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각하 사유가 된다”고 했다.

시기도 문제다. 소송의 절차적 하자에 대한 보정은 변론 종결 때까지만 유효한데, 이 사건 변론은 지난 10일 이미 종결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대리권의 흠이 변론 종결 시까지 보정되지 않으면, 그 소(訴)는 부적법 각하된다’고 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가 아니더라도, 판결과 결정은 변론 종결 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마 후보자 임명’ 놓고 딜레마에 빠진 野

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법적 논란뿐 아니라 정치적 고민에도 빠졌다. 마 후보자가 임명돼야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정당성이 확보되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 경우 새로 온 재판관이 사건 기록 등을 확인하는 ‘변론 갱신 절차’가 필요해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될 수 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재판관이 현직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느냐”는 여권 반발도 만만찮다.

반면 마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을 경우 탄핵 심판의 결론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되려면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마 후보자가 없는 8인 체제보다는 마 후보자가 들어간 9인 체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당에선 ‘마은혁 딜레마’라는 말까지 나온다.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마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안은 충분히 통과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안 그래도 헌재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 논란이 있는 마 재판관 임명을 강행해 인용 결정의 정당성에 빌미를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돼 조기 대선을 치르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