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조작과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17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냈다. 작년 11월 창원지검에 11명 규모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3개월 만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남은 의혹 관련자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행위 장소도 서울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하자,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진영

◇특검안 발의 6일 만에 중앙지검으로 이송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명씨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작년 9월 말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하며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했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검찰은 당시 수십 차례에 걸쳐 8070만원을 주고받은 김 전 의원과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작년 12월 구속 기소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 왔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뒤로는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 등 야 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고 이달 중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및 공천 거래, 윤 대통령 부부의 대선 여론조사 관여 등 7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자 검찰은 엿새 만인 이날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것이다. 명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중앙지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검찰은 “창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창원지검에 사건을 맡겼다. 당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의혹의 중심에 있어 검찰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조계 한 인사는 “정치권이 명태균 특검을 추진하고, 윤 대통령도 구속된 상황이다 보니 검찰이 발 빠르게 수사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남은 의혹 수사는... 尹 부부, 오세훈 등

사건은 중앙지검으로 이송되지만 수사팀은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기존 수사팀 중 창원지검 소속 검사를 제외한 7명이 서울로 옮겨와 계속 수사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창원은 멀어서 소환 조사도, 압수 수색도 어려운 점이 있어서 검사들이 짐 싸서 올라오는 것”이라며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유력 정치인이어서 향후 공소 유지 등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지검에서 수사할 핵심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통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는지 여부다. 또 명씨가 각종 여론조사를 조작해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게 제공하며 선거에 관여했는지,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에게 돈을 받고 여론조사를 해줬는지 등이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명씨에게 “김영선이를 좀 (공천)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당 공천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명씨는 또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 13건을 제공하고, 비용 3300만원을 오 시장의 측근인 사업가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날 “명씨가 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적 없다. 명씨의 상상만으로 허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 의혹의 당사자들도 “사실무근” “명씨의 거짓말”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김영선 전 의원을 추가 기소했다. 2023년 국회의원 시절, 창원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정보를 친동생 2명에게 알려준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다. 그해 3월 후보지 인근 땅과 건물을 사들인 김 전 의원의 동생들도 공범으로 기소됐다.

한편 명씨는 이날 창원지법에서 열린 공판 준비 기일에 출석해 재판장과 검사의 말을 끊고 자기 주장을 펴는 등 소란을 피워 퇴정당했다. 명씨 측 변호인은 이날 “김건희 여사가 작년 2월 총선 직전에 텔레그램으로 ‘김상민 검사가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