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열 번째 변론 기일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 등 3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 국정 2인자로 비상계엄의 배경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로 꼽혀왔다. 조 청장은 계엄 직후 국회 봉쇄 및 정치인 체포,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인이다.
◇韓 “尹정부 들어 탄핵 발의 29건”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한 총리를 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무분별한 입법 시도·일방적 예산 삭감 등에 대해 질문하면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주도해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해 탄핵을 남발한 데 대해 “29건의 탄핵소추가 국민 눈높이와 맞는지 정치권이 심각하게 이 문제를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탄핵소추가 되면 직무가 정지돼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충원도 되지 않는다. 이런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전체 국무위원 19명 중 탄핵된 분들을 빼면 16명뿐이었다”며 “헌법은 (국무회의를 위한) 국무위원 숫자를 15인 내지 30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두 사람만 아웃되면 국무회의를 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헌법은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는데, 국방부·행정안전부 등 장관이 공석인 부처를 제외하고 2명만 더 빠지면 국무회의 자체가 구성되지 못할 엄중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정부가 양곡관리법·내란 특검법 등 야당 주도 입법안에 총 31차례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데 대해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임기 중 250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81번,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635번, 로널드 레이건은 78번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고 했다. 정부가 재의 요구권을 남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야당의 정부 예산안 삭감에 대해서도 한 총리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이라든지, 우리나라의 유망한 먹거리가 될 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들이 여야 합의 없이 삭감됐고, 연구·개발에서 양자 연구 등 최첨단 (기술) 연구에 들어갈 예산들이 삭감됐다”며 “재난 재해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비는 절반이 깎여 천재지변 대응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엄 전 국무회의’에는 “형식적 흠결”
다만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소집한 ‘국무회의’에 대해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위해선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측은 “당시 국무위원 11명이 참석해 5분간 이뤄진 간담회 형식의 회의는 정상적인 국무회의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비상계엄은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 것이냐”는 김형두 헌법재판관 질문에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다”며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상당히 동의한다”고 답했다.
◇조지호 “형사재판 중이어서 답변 어려워”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청장은 윤 대통령과 국회 양측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서 공소 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말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군과 경찰 지휘관 중 한 명이다. 앞서 그는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에게 6차례 전화를 받고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을 체포하라”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조 청장은 이날 “단전·단수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조서를 다 열람했고, 서명 날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