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 모습./전기병 기자

평소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어학 교육 등을 받다가 출근길에 심정지로 사망한 국가정보원 직원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최근 국정원 직원 A씨의 배우자가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8년 부사관으로 임관해 육군특수전사령부 등에서 근무한 A씨는 2019년 8월 전역해 이듬달부터 국정원에서 근무했다. A씨는 2021년 12월 출근길 운전 중 정차 사태인 굴착기와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인사혁신처는 2022년 7월 A씨 유가족에 대한 순직유족급여를 승인하지 않았다. 고인이 급성 심정지를 일으킨 다음 교통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데다, 급성 심정지와 업무 간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통상 출퇴근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공무상 사고의 한 유형으로 인정된다. 다만 사고의 원인이 근로자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했을 경우에는 예외를 두는데, 급성 심정지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A씨의 사인(死因)이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본 점에선 인사혁신처와 판단을 같이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일으킨 심정지와 그가 평소 수행한 업무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국가기관에 근무하면서 해외 위험지역 임무 수행 또는 지원을 위한 훈련과 교육을 받아 왔다”며 “뿐만 아니라 수시로 체력 측정 평가를 받으며 합격할 때까지 주 단위 평가를 받았고, 특히 업무상 요구되는 어학능력을 위해 외국어 시험에도 응시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지속돼,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거나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돼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