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12·3 내란의 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도 계엄을 목격했다”며 윤 대통령 파면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변론에서 “(계엄 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전 국민이 텔레비전 생중계로 무장한 군인들의 폭력 행위를 봤다”며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을 파면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이미 성숙 돼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로부터 나라를 지킨 것도 국민”이라며 “허리띠 졸라매고 자식들 교육해 오늘날 민주화 산업화를 이뤄낸 주인공도 국민이고, 올림픽 금메달 스포츠 강국을 이룬 것도 국민”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은 나라와 헌법을 사랑하는 국민을 총칼로 죽이려 했고, 피로 쓴 민주주의의 역사를 혀로 지우려 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말씀드린다”며 윤 대통령 탄핵 사유 5가지를 언급했다. ①‘전시·사변 및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계엄을 선포했고 ② 국무위원들의 부서(副署)나 회의록이 없어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③국회에 무장병력을 투입해 국헌을 문란하게 했고 ④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위헌·위법한 ‘포고령 1호’를 선포했으며 ⑤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하고 사법부 주요 인사를 체포·구금히려 한 점 등을 들었다.

정 위원장은 “설령 야당이 종북 반국가 단체라서 체포하려 한거면 집권 여당 한동훈 대표는 왜 체포하려 했느냐”라며 “결국 반국가세력이라는 허울을 씌워 내 맘에 들지 않는 인사의 씨를 말려버리려 한 것은 아니냐, 영구 집권을 꿈꿨던 게 아니냐”고 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나, 계엄 피해는 엄청나다”라며 “국민은 아직도 내란성 스트레스로 잠 못 들고 서부지법 폭동사태와 같은 끔찍한 사태를 목도했고, 헌법재판소까지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피청구인이 저지른 내란으로 국민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심리적 내전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그(윤 대통령)는 복직하면 계엄을 다시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기에 매우 충분한 위험한 인물”이라며 “비상계엄 이후에도 법관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하며 사법기관의 법집행을 무법천지로 만들었고, 부정선거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작년) 12월 3일 밤 살 떨리는 두려움을 안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며 “36년 전 6월의 밤 고문·폭행 당하던 날이 어젯밤 악몽처럼 떠오른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새벽 1시 안기부에 잡혀 을지로 어디 호텔 끌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속옷차림으로 4시간 동안…”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10초 정도 침묵했다. 이어 “주먹질 발길질로 고문 폭행당했다. 살아있음이 고통이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언론에 보도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대로 시행됐다면 수많은 사람이 죽음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진술을 마무리하면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며 애국가를 읊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총 41분간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