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선고를 앞두고 있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절차적 하자 등이 있다는 취지다.
변호인단이 이날 공개한 5쪽 분량의 자료엔 허 교수를 비롯해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 최희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 명예교수,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명의 의견이 실렸다.
◇“내란죄 철회는 소추 동일성 상실”
헌재 산하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 교수는 헌재 심리에 열 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로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고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의 결의도 없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를 두고 “‘사기 탄핵’이 될 수 있다”고 의견서에서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내란죄의 철회를 위해서는 국회의 재의결이 요구된다”고 지적했고, 최희수 교수도 “내란죄의 철회는 심판 대상의 동일성이 파괴된 것”이라고 봤다.
허 교수는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증언이 수사기관의 진술과 다른 점도 지적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에 대해선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고,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선 “일관되지 않는다”며 오염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밖에도 허 교수는 헌재의 변론기일 지정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 윤 대통령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해 방어권을 침해한 점 등을 문제로 짚었다. 허 교수는 “공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심리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오히려 내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11차례 심리로 대통령 파면? 명백한 심리 미진”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교수는 “11차례밖에 진행되지 않은 심리로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큰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명백한 심리 미진이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조작‧왜곡됐고, 중요한 메모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점을 들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6시간이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게 된 과정과 그에 대한 판단, 그 이후 국민적 수용과 국가·사회의 안정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인호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선거를 통한 주권자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기하는 것’으로 다른 헌법재판과 본질이 다르다”며 “거대 야당에 의한 의회 독재와 정부 마비의 연성 쿠데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폭동이라는 내란 행위의 실체가 없고 대통령에게 내란의 고의나 목적도 인정될 수 없다”며 헌재에 기각 결정을 요구했다.
◇진보 성향 재판관 ‘공정성’ 문제도 지적
이호선 학장은 심리에 참여 중인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이미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에 심리를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두 재판관이 심리를 회피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고 국민적 승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현미 교수도 “헌재는 한덕수 총리 관련 권한쟁의부터 심리하지 않고 심리 순서를 자의적으로 바꾸었다”며 “헌재의 편향적 구성 및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절차적 문제, 사법심사 대상 여부와 관련하여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 석학들의 공통된 견해”라며 “석학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