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에서 5년 전 대법원이 이 대표 허위사실공표 사건에 내린 판결을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무죄 판결의 논리가 이번 선고에서도 근거로 쓰였다.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이번 사건과 비슷한 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경기지사 선거를 앞둔 2018년 6월 TV토론에서 ‘성남시장 시절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다’는 상대 후보 질문에 “그런 일이 없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2심은 이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고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문제가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를 구별할 때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판례를 가져왔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2심 재판부도 이를 근거로 이 대표의 백현동 부지 관련 발언이 ‘공표 행위’가 아니라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2015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를 상향 조정해 개발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요청을 받고 불가피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국토부 공무원들이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이뤄진 과정과 이 대표 해명의 사실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 데 반해 2심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고법은 이 대표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해외 출장 기간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표현과 다른 내용을 ‘암시’했다고 쉽게 인정한다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하지도 않은 표현에 대해 형사 처벌을 물을 우려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