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영풍과 사모펀드 MBK 측이 “영풍의 주총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낸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27일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풍·MBK 측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려아연 측이 정기 주총과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월 임시 주총에 이어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정기 주총에서도 ‘이사 인원 상한’ 등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안건만 통과가 유력하다.
이날 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는 28일 정기 주총에서 행사할 수 없다. 단순 보유 지분율로는 MBK·영풍 측(약 41%)이 최 회장 측(약 34%)을 앞서지만, 영풍 보유 지분이 이른바 ‘상호주 제한’으로 묶여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호주는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을 가리킨다. 취득 자체가 금지는 아니지만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된다.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 측은 호주 법인 SMC를 이용해 상호주 제한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그러나 이후 영풍 측이 낸 가처분에서 법원이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SMC는 주식회사에 해당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무효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자 최 회장 측은 SMC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다시 주식회사인 자회사 SMH에 넘기고 상호주 제한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도 다시 가처분을 내고, 동시에 영풍이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을 지난 7일 현물 출자 방식으로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넘겼다.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 상호주 제한을 무효화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정기 주총의 기준일은 2024년 12월 31일”이라면서 “작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사건 주식의 보유자는 영풍이지, 와이피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기 주총일인 28일 기준으로 의결권은 영풍이 행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상법에 따라 영풍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고려아연의 판단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향후 경영권 분쟁은 최 회장 측이 유리해졌다. 28일 기준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5명, 영풍 측 1명이다. 최 회장 측은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영풍 측이 다시 ‘상호주 제한’을 해소하고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최 회장 측보다 조금 더 많은 이사를 선임한다고 과반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엑싯(Exit·투자금 회수) 해야 하는 사모펀드에는 불리한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