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혐의 사건 1심 재판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기소된 이 사건은 9개월 동안 본 재판도 열리지 않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북송금 사건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이 대표와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 재판은 지난해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의 법관 기피신청으로 중단된 상태다.
재판부는 다음달 23일을 공판 준비기일로 지정했다. 이 대표에 대한 절차도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당초 이날 오후 전산 시스템에 이 대표의 공판 준비기일을 다음달 23일 오전 11시 30분으로 지정한 것으로 입력했다가, 돌연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 관계자는 “이화영 피고인에 대한 기일 지정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도 같이 포함된 것”이라며 “전산상의 오류 내지 기술상의 문제로, 이 대표에 대한 기일이 지정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재판 절차도 이날 함께 진행된다면, 약 4개월 만에 재판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12일 기소됐다. 이후 12월 17일까지 모두 4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공판 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사건에 대한 의견과 향후 일정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 대표 등은 한 번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이 대표 측은 “사건 기록이 너무 방대해 열람·복사를 못 했다” “사건 기록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작년 12월 이 대표 측은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며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 법관 3명을 바꿔달라는 기피 신청을 냈다. 이 대표 측은 해당 재판부가 사실상 같은 사건인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1심을 심리하고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해, 이 대표에 대해서도 유죄 심증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재판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중지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달 11일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정기 인사로 재판부 법관들이 바뀌어 이 대표 측의 신청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후 법원은 이 대표와 그의 변호사들에게 각하 결정문을 발송했다. 변호사들은 지난달 13~14일 결정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는 ‘폐문부재’를 이유로 전달되지 않았다. 당사자가 집에 없고 문이 닫혀 있었다는 뜻이다. 세 차례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자, 법원은 집행관을 인천 계양구 이 대표 집에 보냈다. 집행관이 세 차례 이 대표 집을 방문했으나 같은 이유로 결정문을 전달하지 못했다. 각하 결정이 나온 이후 한달 동안 여섯 차례 수령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각하 결정문을 받지 않아 재판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법원의 각하 결정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다시 재판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이건태 법률대변인은 “집에 사람이 없어서 못 받은 것이지 재판 지연과 무관하다”며 “변호인이 받았기 때문에 각하 결정의 효력도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1일 ‘재판을 빨리 잡아달라’는 취지의 기일지정 신청서를 냈다. 이후 법원은 결정문을 두 차례 다시 보냈고, 이 대표는 지난 28일 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8번의 송달 시도 만에 수령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8일 이 전 부지사가 낸 수원지법 형사11부 법관 기피신청도 최종 기각했다. 1·2심의 판단대로 ‘재판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 측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사업과 방북 성사 등을 통한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사실상 쌍방울로부터 800만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