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선고가 늦어지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압박하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고 있다.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4월 18일 퇴임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지금 마 후보자를 무리하게 선고에 참여시켜 ‘졸속 논란’을 만들기보다, 두 재판관 퇴임 후 후임자 2명과 함께 임명해 신중한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왔다.
31일 헌재는 오전에 재판관 평의를 열었으나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 기일을 정하지는 못했다.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 퇴임까지 18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선고 기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상태에서 마 후보자가 임명돼 선고에 참여할 경우 두고두고 논란이 생길 것이란 의견이 많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마 후보자의 정치 성향은 별개로 하더라도 그가 선고에 참여하려면 재판 절차를 갱신해야 하는데, 재판관들 퇴임 전까지 하루이틀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 탄핵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사건에 지우기 힘든 흠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재판관들 후임과 마 후보자를 함께 임명해 9인 체제를 갖춘다면 헌재 결정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관 퇴임 시기에 맞춰 무리하게 선고를 내리기보다는 재판관 9인 체제를 완성해 신중히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재 변론이 종결된 이후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 오염 등 새로운 쟁점이 생기기도 했다”며 “재판관 9인 체제를 갖춰 정상적인 갱신 절차를 거쳐 논란이 된 부분을 천천히 다시 판단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후임 재판관 2명을 지명·임명할 경우 마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한 비판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마 후보자를 선출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아직 그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권한을 늦게 행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불리한 9인 체제가 아닌, 유리한 9인 체제를 만들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