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6개 사건 중 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첫 판결이 최근 나왔다. 공수처 출범 5년 차에 나온 것이다. 담당 사건의 고소장을 잃어버린 뒤 이를 위조한 혐의 등을 받는 전직 검사 사건에서,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공문서위조 등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 윤모씨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해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을 가리킨다.
윤씨는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던 2015년 12월, 자신이 맡은 사건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고소인이 부산지검에 접수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사문서위조), 해당 사건을 각하 처분하기 위해 검찰수사관 명의로 수사보고서를 위조(공문서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 중 공문서위조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윤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6건 중 유죄가 확정된 첫 사건이다.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은 대법원에서 1년 2개월째 상고심을 심리 중이다. 다만 1‧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도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공수처가 작년 12월 상고해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이 밖에도 공수처는 7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을 지난해 4월에, 사건 관계인에게 수사 자료를 유출한 박모 전 부장검사를 지난해 11월에 각각 기소했다. 지난달 28일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기소했다.
한편, 윤씨는 지난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 유예를 이미 확정 받은 바 있다. 공수처가 세워지기 전 검찰이 고소장의 ‘표지’를 위조했다는 혐의로 윤씨를 기소했고, 이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공수처가 2022년 9월 윤씨를 기소할 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윤씨도 이를 근거로 공수처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앞선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혐의 사실을 인지해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며 공수처의 기소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