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열 EBS 현 사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리는 신동호 사장 임명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호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신임 사장 임명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전직 EBS 사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3일 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이날 오전 김유열 전 EBS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사장 임명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진행했다. 신청인인 김 전 사장은 직접 법정에 출석해 “불법적 임명으로 경영권을 일거에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문에서는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나온 의결이 적법한지가 쟁점이 됐다. 현행법상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3명(여당 1명·야당 2명) 등 5인으로 구성되는데, 작년 8월 말 국회 추천 방통위원 3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지금까지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는 2인 이상으로, 지난달 26일 방통위는 2인의 의결로 신동호 신임 EBS 사장을 임명했다.

김유열 전 사장 대리인은 “2명만으로 구성된 방통위 의결에 대한 절차적 위법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위법성을 인정한 법원 결정과 판결이 수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2인 체제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를 임명했을 때도 행정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고 했다.

이에 방통위 측은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선고에서 ‘2인 체제’에 대한 판단이 4대4로 갈린 것을 들어 명백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대리인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르면 행정 처분이 무효가 되려면 일반인이 보기에도 명백하게 무효(위법)임이 인정돼야 한다”며 “헌재에서 4대4로 판결이 갈렸다는 것은 ‘명백하게 무효’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전 사장 대리인은 “반대로 헌법재판관 8인 중 4인은 방통위원장이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한 것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를 헌재가 2인 체제 의결을 적법하게 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헌재 결정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정에서는 김 전 사장이 신 사장 임명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사장은 지난달 7일로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EBS법에 따라 사장직을 계속 수행하던 가운데 방통위가 신 사장을 임명했다.

방통위 대리인은 “김 전 사장의 임기는 이미 끝난 상태이고, 신임 사장이 임명된 순간 법적으로 사장 자격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효력 정지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신청인의 종료된 임기가 재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행정소송을 내려면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으로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신임 사장이 임명됐다고 해서 김 전 사장이 손해를 본 게 없다는 주장이다.

김 전 사장 측은 이에 “임명 처분이 취소되거나 무효가 되면 적법한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정관·규정에 따라 사장으로 복귀한다고 봐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사장으로서 받는) 보수 등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방송·교육 분야 전문가로서 가치관을 실현하는 것은, 적법한 후임자가 임명되기 전까지 신청인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이기 때문에 가처분을 신청할 조건이 충분하다”고 했다.

법정에 출석한 김 전 사장은 발언권을 얻어 “EBS는 정치적 중립을 가장 모범적으로 지켜 온 공영방송사”라며 “불법적 임명으로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