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헌법재판관 8명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는 데 ‘전원 일치’로 의견을 모았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관들은 변론 종결 후 38일 동안 수차례 평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고 한다. 선고 직전까지도 결론에 다다르지 못할 뻔한 상황이었다가 가까스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지난 1일 결론을 내고 곧바로 선고일을 외부에 알렸다.

정형식 재판관

재판관들은 성향을 떠나 합치된 결론을 냈다. 보수 성향의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에서 보수적 의견을 냈던 김복형 재판관까지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정문은 주심을 맡은 정 재판관이 주도해 작성했다. 재판관 8인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직접 지명·임명한 재판관이다.

그래픽=양진경

다만 절차적 측면에선 재판관별로 시각차가 드러났다.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이유를 보충할 때 내는 ‘보충 의견’만 3개가 나왔는데 모두 절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 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문(傳聞) 법칙’을 완화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사람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대통령의 탄핵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넓혀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정 공백과 혼란이 매우 크므로 신속한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며 “전문 법칙을 엄격히 해석하면 헌재가 다수의 증인 신문을 직접 진행해야 해서 절차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심판의 중대성, 파급력,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전문 법칙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심판정에서 직접 증거를 조사하고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해야 공정한 재판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며 검찰 조서·국회 회의록 등을 증거로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야당이 편법적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점도 지적했다. 국회는 작년 12월 7일 정기 회기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성립되지 않자, 일주일 뒤 임시 회기에 다시 탄핵안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이에 정 재판관은 “반복된 탄핵안 발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편법적으로 우회하고 취지를 몰각시키며, 정쟁의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전직 고위 법관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은 끝내 걸렸던 절차적 문제를 보충 의견으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분열된 여론을 어떻게든 통합하려는 재판관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결론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