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8명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 기일을 진행하기 위해 착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유공자 자녀에게 매달 지급되는 보상금의 우선권을 특별한 조건이 없으면 나이가 많은 연장자에게 주는 현행 국가유공자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10일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협의로 지정되거나 주로 부양한 자녀가 없는 경우, 나이가 많은 자녀에게 유공자 보상금을 우선순위로 지급한다’는 국가유공자법 13조 2항 3호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국회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때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이후 효력을 상실한다.

현행 국가유공자법은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 자녀, 부모 순으로 우선권을 인정한다. 유공자와 배우자가 숨지고 자녀가 여럿인 경우 보상금 수령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국가유공자법 13조 2항은 유족 간 보상금 수령자를 협의하지 못하면 주로 부양한 자녀에게 보상금을 주고, 주 부양자가 없는 경우 나이가 많은 장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유공자 보상금뿐 아니라 공로수당, 사망일시금 등 각종 보상 체계에 전부 적용된다.

헌재는 이날 장자 우선 조항에 대해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조항은 개별적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이 많음을 선순위 수급권자 선정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유공자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이라는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했다.

헌재는 또 “국가의 재정상 한계로 인해 각종 보상의 총액이 일정액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 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보다 큰 자녀에게 보상을 지급한다면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가의 과도한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유공자 자녀의 생활 수준과 경제적 능력은 재산과 소득을 고려해 등급으로 환산될 수 있다”며 “이런 등급에 따라 국가유공자법상 보상을 지급하는 것에 절차상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 당사자인 A씨는 국가유공자의 둘째 자녀로, 부모가 모두 숨진 뒤 보상금 수령권을 두고 인천보훈지청과 소송을 벌였다. A씨는 인천보훈지청이 첫째 자녀를 보상금 수령인으로 지정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상고심에서 장자 우선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했다. 대법원은 작년 6월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