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의 배임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재판장 조형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증인 소환을 포기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보편성을 상실한 형사 절차”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필요하면 범죄 피해자도 강제구인해 왔는데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이 재판부는 지난 7일 증인으로 채택된 이 대표가 나오지 않자 “2021년부터 상당 기간 재판이 진행된 만큼 증인 제재에 몰두하며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는 이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24일, 28일, 31일에 이어 이날까지 법원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대표에게 과태료 300만원과 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증인이 과태료 부과 후에도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 구인 또는 7일이내 감치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재판부는 “현직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이 있어 국회 동의 없이는 소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 대표가 과태료 결정에 이의를 신청해 과태료가 확정되지 않아 감치 절차도 진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증인 불출석시 구인장 발부, 범죄피해자도 예외 아냐
핵심 증인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구인장을 발부한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심지어 성범죄 피해자에게 구인장이 발부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의붓딸을 강간해 기소된 사건에서 1심 법원이 피해자인 의붓딸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피해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폐문부재,이사불명으로 증인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자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했습니다.
증인 소환용 구속영장인 구인장은 보통 사법경찰관이 집행하며 필요할 경우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구인된 사람은 즉시 법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인장 발부에도 피해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자 법원은 피해자의 소재를 탐지하는 절차를 취했고 이 절차에서도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가 검찰에서 피해 상황을 진술한 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사용했습니다.
증인으로 채택된 공범에 대해 구인장이 발부된 사례는 더 흔합니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함께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킨 혐의로 기소된 한 남성의 경우 법원이 공범인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네 차례에 걸쳐 증인소환장을 송달했지만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송달이 공범이 아닌 그 모친에게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조차 그의 행방을 몰라 구인장을 집행할 수 없었습니다.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한 후에도 공범에게 수차례 전화, 문자 등을 보냈고 경찰서에 소재탐지 촉탁까지 보냈습니다.
◇대법원 “구인장 발부 가능한데 증인취소하면 위법”
이처럼 법원이 증인 소환에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이유는 형사소송법상 법정 증언이 최우선이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조서는 증인소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불가능’을 판단하기 위한 전단계로 구인장 발부, 소재탐지 등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대법원은 법에 따라 보호되는 제보자에 대해서도 법정에 세우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020년 대법원은 소재탐지나 구인장 발부가 불가능하지 않은데도 핵심 증인의 채택 결정을 취소한 하급심의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후보자의 범죄혐의를 선관위에 제보한 사람이 후보자가 기소된 후 증인으로 채택됐고 그가 보복이 두려워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자 하급심은 증인채택을 취소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소재탐지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증인이 범죄신고자법에 따라 보호되는 사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증인의 출석을 강제할 권한을 법원에 부여한 취지는 핵심 증인의 법정 증언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소재탐지는 범죄신고자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증인 소환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필수 절차입니다. 대장동 배임 혐의로 업자들과 공범 관계로 기소된 이 대표는 이 사건의 핵심 증인입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인·허가권을 가졌기 때문에 대장동 배임 재판에서 그의 진술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을 들어 더 이상 소환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을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그 취지에 맞지 않게 증인 소환이 어려워져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마음대로 집행가능성을 예단해 증인 소환을 포기했다” 는 비판이 나옵니다. 다른 사건에서 범죄피해자에 대해서까지 구인장을 발부하고 소환조치를 취했던 법원의 모습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더군다가 그 이유가 국회의원의 신분상 특권이라면 앞으로 일반 국민들에 대한 증인 강제소환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처럼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강약약강’의 모습, 보편성을 상실한 형사 절차가 사법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