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핵심 인물로 여겨지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11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5개월 동안 갇혀 있어서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잘 모른다”며 차차 입장을 정리해 말하겠다고 예고했다.
명씨는 이날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의 출장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지난 9일 명씨가 보석(保釋·보증 석방)으로 풀려난 뒤 10일과 이날 연이어 명씨를 불러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5개월 동안 구속됐던 명씨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과 관련된 질문에는 “도리가 아니다”라며 “예전엔 자기가 모시던 임금이 어떤 일이 벌어지면 삿갓을 쓰고 다녔다. 하늘을 또 못 봤다”고 둘러말했다.
다만 최근 본인이 ‘민주주의의 꽃은 광장이 아니라 선거다‘라고 페이스북에 쓴 것 관련해선 “정치는 광장이 아닌 의회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그걸 못 참고 광장에 나왔다는 얘기는 정치인들은 다 집에 가야 된다는 얘기”라고 했다.
명씨는 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수사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5개월 동안 1인실에 갇혀 있어서 제 사건 관련해서도 다 파악이 안 돼 있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본인 의혹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먼저 ‘명씨가 안동 지역 사업가 측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하고 실제 윤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청탁한 것으로 알려진 관계자들의 전화번호 자체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명씨가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김태열 소장과 부소장을 지낸 강혜경씨가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창원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가 산단 관련 수많은 보도들이 있었는데 단 한 개라도 기소된 게 있느냐”고 반박했다.
앞서 명씨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씨를 통해 807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돈이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후보로 추천한 대가로 보고 있다.
검찰은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통해 이러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